낙서하는 호호아줌마/리뷰 15

진짜 Unnie를 찾아요! MZ세대가 할매니얼에 열광하는 이유

Z세대가 할머니에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조부모의 손에 자란 경우가 많아 할머니가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난 정말 존경하고 싶은, 존경할 만한 어른을 찾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떼는 말이야'라며 없는 권위를 한껏 끌어모으고 존경심을 강요하는 꼰대가 아니라 진짜 어른을 찾고 있었던 거다. 문명특급의 윤여정 배우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다. MZ세대가 아닌 나 또한, '닮고 싶은 어른'에 목말라 있었다 윤여정 배우님은 배우로서 이만한 인정을 받았으니 끝,이라며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도전이 더 어려운 나이 아닌가?? 심지어 이건 뇌의 노화에 따라 생기는 일인데. 하지만 윤여정 배우님은 한 걸음 더 내밀어 기꺼이 도전했으..

용산참사의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영화 '두 개의 문'

두개의 문(2011). 다큐멘터리. 한국. 101분. 용산참사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일까. '두개의 문'이라는 제목과 용산참사는 경찰의 무리하고 성급한 진압으로 이어져 있다. 경찰특공대는 망루로 가기 위해 두 개의 문을 뜯는다. 한쪽은 망루로, 한쪽은 창고로 향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용산참사의 원인은 이 '두개의 문' 제목부터 올라가면 차차 보이기 시작한다. 왜 경찰은 어느 문이 망루로 향하는 지도 모른 채 진압에 나섰을까? '진압을 서두르기 위해서' 였다면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이 진압을 명령한 김석기 경찰청장이 진압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 임명된 경찰청장으로서의 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었을까? 그렇다면 김석기 경찰청장의 충성심은 왜 강경하고 조급한 진압..

2015.07.11 제목만큼이나 미국적인 뮤지컬 '시카고(CHICAGO)'

신시컴퍼니 오페라의 유령, 캣츠, 위키드, 노트르담 드 파리...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를 마음 먹는다고 금방 다녀올 수는 없기에, 해외에서 내한하는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은 꼭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계 4대 뮤지컬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은 꼭 언제 한 번 내한했으면 좋겠고, 영화로 먼저 본 레 미제라블, 공연으로 꼭 보고 싶다. 삼성 블루스퀘어에서 본 오페라의 유령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화려했고 변화무쌍한 무대장치와 오케스트라에 몰입, 다시 내한한다면 또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이다. 위키드는 가장 최근에 무대에 오른 작품만큼 신선하고, 역시 미국 뮤지컬답게, 용을 형상화한 무대장치가 대단하다. 미국 뮤지컬은 그 연출력보다저 무대장치를 어떻게 만들었을..

2013. 01. 22 영화 '아무르(Amour)'가 말하는 사랑과 책임

제목이 아무르(Amour)인 프랑스 영화.영화를 보기 전에는 세월 속에서 단단해지고, 끄덕 없었던 노부부의 사랑에 '병마'라는 최대의 시련이 찾아오면서 눈물과 콧물을 빼겠구나 싶었다. 남자친구도 티슈를 준비해주었다. 하지만 영화는 단 한 번도 감정을 증폭시키지 않았다. 노부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절대 감상에 빠질 수는 없었다. 특별한 절정도, 충격도 없이. 그냥 노부부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묘사해두었다. 현실의 축소판 같은 영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지극히 리얼한 영화다. 조르주와 안느.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포스터 속 조르주와 안느의 표정이 영화가 끝난 후에야 눈에 들어왔다.인생의 복병 같았던 안느의 병세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불안감과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듯한 조르..

2012. 12. 26 사소하지만 가장 어려운 전부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의 25주년 '불멸' 그리고 '불후'의 수식어가 붙는 작품들로부터 우리는 시대와 공간. 모든 류의 경계를 초월할 만한 명작의 힘을 실감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나에게 도스트예프스키 일련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강한 명작의 힘을 지녔다.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깜장눈썹님께 감사) 몇 년 전, '오페라의 유령'이 유행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뮤지컬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던 시절. 나는 그 흔한 뮤지컬 넘버도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원작부터 읽었다. 원작만으로는 기이함에서 기인하고 증폭되는 공포. 그리고 사랑인지, 선망인지, 동정인지 알 수 없는 불분명한 크리스틴의 감정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관람하는 동안 25주년을 기념하는 '오페라의..

청승 맞아 보여도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1. 미미한 열아홉 청년과 서른일곱 유부녀의 만남 일본에서 제 41회 문예상을 수상한,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28살의 여성 작가가 '야마자키 나오코라'라는 필명으로 그려낸 열아홉 남자의 이야기다. '섹스'는 섹스만이 아니다. 섹스는 전제되어 있을 뿐. 이런 게 사랑인가 하는 것도 이미 알 수 없었다. 그저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대한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유리와 언제까지나 함께 있는거야.'라고 생각하는 한편에선, '내 운명의 여자는 따로 있어. 그때까지의 시간 때우기야'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랑이 아니라 집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타오르고 있는 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태우지 말고 그저 조용히 잘 지낼 수는 없을까. 하고 바라본다. 그러나 심장이..

2012.08. 14 '이적요'의 조소와 '로맹가리'의 조소

은교 속 기성 문학에 대한 조소와 비판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곧 박범신의 암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작품들을 내놓은 일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대상과 이유가 같은 '조소' 은교 속 이적요 시인은 서지우의 이름으로 내놓은 작품 '심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지우라는 이름을 통해 포르노그래피 소설을 응모해 당선했을 때, 나는 두려움과 아울러 미묘한 쾌감을 느꼈다"라고. 에밀 아자르로 분한 로맹가리도 말한다. "나는 기존의 관렴이 지배하는 쉽고 단순한 분석으로는 절대로 그 가명에서 나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열렬한 포옹'에서 로맹 가리의 목소리를 읽어낸 평론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중략) 내가 얼마나 통쾌했을지 생각해보..

<The Reader>와 Listener의 만남

The Reader. 영화와 책 하나. 영화 속 숨 막힐 것 같은 디테일 300명의 유태인들의 죽음을 방조한 유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한나 슈미츠는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문맹자다. 하지만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과 무기징역 선고를 바꿀 만큼. 그녀에게 문맹이라는 사실은 부끄럽거나, 혹은 감추고, 감추어야 했던 치부 같은 것이었나보다. 20년이 다 되어가던 수감생활 중에 그녀는 자신의 '꼬마(Kid)'의 테이프를 받고 안톱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귀로 듣는다. 공터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향한 도서관. 그 책을 빌려온 안나는 큰 결심을 한 듯 숨을 몰아쉬면서 책을 펴고, 작은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놀란 듯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 큰 맘먹고 다시 재생 ..

2013. 01. 20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얼마 전 선릉역 한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통화로 카페 위치를 알려주더니 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왔다. 들으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듣다보니 먼저 카페에 있었던 남자는 취업에 성공한 것 같았다.친구는 "그래도 삼성이잖아" "이제 토익 안해도 되겠다" 등등 뭔가 순도 40%의 겉치레 같은 찬사를. 들으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또 듣다보니 보험 관련 일에 영업직이고, 또 설계사는 아니고, 리스크 관리 어쩌구 저쩌구. 면접 때의 일이며...영웅담 같지만 결코 영웅담 답지 않은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전해졌다. "삼성이라서" "삼성이니까" "삼성이잖아"그 둘의 이야기는 주로 저런 패턴으로 떼굴떼굴 먼지처럼 굴러다녔다. 마침 요즘 박민규의 책을 읽고 있던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소속감. 맨..

인간의 이중성을 풍자한 연극 <블랙코메디> 리뷰

“오늘 밤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블랙코메디'의 빛과 어둠 극은 캄캄한 어둠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약혼녀 캐롤(홍성숙)을 향한 밀러(서주성)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곧 캐롤과 밀러에게 정전으로 어두움이 도래하자 무대 조명은 반대로 밝아진다. 극과 극장의 조명은 반대다. 역설적이게도 극의 정전상태에 무대 조명은 환히 켜지고 촛불이 켜지면 밝아진 크기만큼 조명은 어두워진다. 극의 조명은 그렇게 균형을 맞춘다. 극이 정전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관객들은 어두움 속에서 허둥거리는 극 인물들의 모습을 본다. 배우들은 조명의 밝음 아래에서 어두움을 연기한다. 연극 '블랙코메디'(연출 송훈상)는 조명의 설정으로 극에 주목하게 한다. ‘블랙코미디’와 연극 '블랙코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