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고가도로가 있었지.
낡아서 덜컹거리는 버스로 고가를 넘을 때
다섯 살의 나는 오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지.
육교도 있었는데.
나이 많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많아서
가을이 되면 보도블럭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잎사귀들로 덮혀 있었다.
꿈이였나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던 경험은
그 많던 층계에서 넘어진 나를 본 아저씨가
자신의 개의 등에 나를 태워 층계의 끝 지점까지 데려다줬던 것.
이쯤이었나,
저쯤이었던가.
초점 없는 눈으로
그렇게 기억 저 먼 곳을 더듬는.
노인처럼.
설거지를 해도 씻기지 않던
밥그릇 뒤 찌들어있었던 매연처럼.
그런 시절의 서울이었어도,
유년시절은 두 손 가득 남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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